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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물에 열광하는 세대는 비참한가?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 리뷰

by 한스노우 2023.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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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와 결말

재벌집 막내아들은 순양이라는 재벌그룹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 윤현우가 터키에서 비밀리에 업무를 수행하던 중, 순양그룹 일가 중 누군가에 의해 죽게 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눈을 떠보니 자신은 윤현우가 아닌 순양의 창업주 진양철의 막내 손자 진도준으로 깨어난다. 그 뒤 순양의 창업주 진양철 회장의 손자로서 순양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차근차근 순양 그룹 일가를 무너뜨려가며 전생에 윤현우를 죽였던 사람이 누구인지도 찾아간다. 윤도준은 차례차례 순양 일가의 실세들을 무너 뜨리면서 순양 회장 자리에 가까이 다가서는 듯 했고, 철저한 을에서 갑이 된 윤도준이 내리는 권선징악적 사이다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윤도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었던 진양철 회장이 죽게된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결말에 더 가까이 다가서면서 시청자들은 윤도준이 어떻게 순양그룹을 차지하게 될 지 큰 기대감을 가졌다. 그렇다. 모두가 결말에서는 결국 윤도준이 당연히 순양그룹을 차지하거나 재벌집 막내아들 시즌2를 위한 빌드업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전제를 이미 깔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윤현우는 순양그룹을 대상으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진성준 비자금, 횡령 살인 미수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리고 20년 전 윤도준 사망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하인석이 증언을 하며 윤현우가 윤도준 살해를 위한 미끼였던 것으로 들어났다. 그 뒤로 녹화파일을 공개되면서 진영기가 살해 지시한 정황이 사실로 들어나고 순양그룹 일가는 순양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하게 된다. 

원작의 카타르시스 vs 드라마의 교훈

원작 소설의 결말은 드라마의 결과와 다르다. 원작의 진도준은 죽지 않고 순양가의 모든 사람들을 무너뜨리고 순양의 회장이 되며 순양가를 향한 복수를 완성한다. 그리고 전생인 윤현우의 죽음에 애도하며 윤현우로서의 인생이 아닌 윤도준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며 끝을 낸다.

드라마는 카타르시스가 아닌 교훈을 주는 결말을 선택했다. “이젠 안다. 빙의도 시간여행도 아니다. 그건 참회였다. 진도준에 대한 참회, 그리고 나 윤현우에 대한 참회” 그러니까 윤도준으로 깨어나면서 행한 모든 일. 시청자들에게 강한 사이다를 선사했던 그 모든 일들이 환상, 바램,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주는 결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굳이 유추해보자면, 이러한 빙의나 환생을 통한 복수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적법하지도 않은 사적인 분노 표출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져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윤도준이 아닌 윤현우로서 일을 마무리 짖는 것만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위의 교훈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사람들은 허무한 환생물, 회귀물이 주는 판타지에 열광하는가?

회귀, 환생, 빙의물의 인기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른바 회.빙.환 이라고 불리는 장르물이 웹소설, 웹툰 등 MZ 세대의 문학을 점령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시리즈 종합 순위 10위 중 6개의 작품은 회빙환 장르이며, 카카오페이지는 10위 중 5개가 회귀물이다. <전지적독자시점>이라는 회귀물은 소설로만 1억뷰를 넘겼으며 웹툰은 조회수 2억을 가뿐히 넘겼다. 이 작품으로만 벌어들인 수익이 200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보여준다. 이 작품만 특별히 높은 조회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무림 고수의 환생기를 쓴 <화산귀한>은 4억 3000만회,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라는 카카오 페이지의 작품은 1억 1000만회 정도로 상위권에 있는 회빙환 장르물 조회수에 '억'이라는 단어는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 장르의 인기 비결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로 최상의 삶을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강한 불만족과 욕구이다.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회귀, 환생, 빙의하는 주인공에 투영해 심리적 안정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설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 회빙환 작품 중 많은 작품이 어른의 지성을 가지고 어린시절을 보낸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장르물 전반에 투영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두번째 이유는 특별할 것 없는 유년시절의 아쉬움에 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년시절의 평이함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두드러진다. 즉, '나만의 스토리' 랄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특별하길 원한다. 특별하다는 것은 우월하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남들에게는 없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갈증을 회빙환 장르물이 해소해준다. 아주 특별한 어린시절을 대리 경험하게 해줌으로써. 

그런데 이러한 회귀물의 인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왕왕있다. 그 인기를 단편적으로 '과거지향적인 MZ세대' '현실 도피' 정도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볼 때 회빙환 장르물은 무기력한 세대의 잔유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나.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면 그것은 최상의 삶, 멋진 삶,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의 표현이자 삶에 대한 애착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의 애청자들에게는 원작의 윤도준이 주는 복수극의 끝, 순양 그룹을 차지하고 회장이 되어 정점에 서있는 그 모습이 더 아름답게 비쳐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판타지에 남아있지 않고 현실로 돌아와 순양가를 무너뜨린 윤현우가 원작의 윤도준보다 무기력해 보이지 않는가. 내가 보기에는 회빙환에 열광하는 세대는 비참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삶을 꿈꾸지도 못하는 세대가 더 비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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